키작은 자캐오처럼
초저녁 잠이 많은 나는 지난 밤 9시 뉴스를 보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세계는 지금>도 보지 못하였다.
오줌이 마려워 눈을 뜨니 아라 방에는 아직 불이 켜 있었다.
내가 "아라야. 그만 자라. 내일 새벽 미사 가야 하는데..." 하였더니,
"엄마, 이태원에서 할로윈 축제장에서 사고가 생겼데...." 하였다.
내가 잠든 사이에 요란하게 재난 문자가 왔는데도 몰랐다.
어제 저녁 뉴스에서 인파로 북적이는 이태원의 모습을 보았다.
독특한 의상의 젊은이들이 마스크도 없이 거리를 매우고 있었다.
'아직 코로나가 종식되지도 않았는데....' 살짝 걱정이 되었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니 좁은 골목으로 한꺼번에 밀려든 인파로
앞 사람이 넘어지자 뒤를 따르던 사람들이 도미노현상처럼 넘어져
아비규환의 현장이 되었고 많은 사상자가 나타났다는 글을 읽고 그대로 잤다.
어슴푸레 어둠에 잠긴 아파트 현관을 나서니
제법 찬 공기에 방금 새벽잠을 깬 아라가 추운지 내 팔짱을 감으며,
"엄마, 어제 밤 사고, 100명이 넘은 사람이 죽었데....." 하였다.
"뭐?"
"세상에?"
나도 모르게 큰 외침과 함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예상치 못한 내 울음에 딸이 주위를 둘려보며 민망해 하였다.
딸의 팔짱을 끼었지만 내 발은 허공을 짚는 듯 허둥거렸다.
울음을 참으며, "아라야, 미안해." 말하며 마음을 추스렸다.
새벽미사를 드리면서도 내 마음은 온통 지난 밤 사고가 난
할로윈축제장 속을 헤매이느랴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모처럼의 축제를 즐기려 나온 젊은이들의 예상치 못한 죽음.
오늘의 복음은 키가 작은 자캐오가 예수님이 어떠한 분이신지 보려고
앞질러 달려가 돌무화과 나무로 올라가 예수님을 기다리는 장면이었다.
그런 자캐오에게 예수님은 "오늘 내가 네 집에서 머룰러야 하겠다 ." 하셨다.
(루카 복음 19,1-10)
키작은 자캐오처럼 나도 예수님의 어떤 분이신지 보고 싶었다.
왜 인간 세상은 전쟁과 사고가 그치지 않는지?
슬픔과 아픔으로 고통받는 인간을 예수님은 왜 내버려 두시는지?
고통을 통하여 인간을 더 성숙시키고 구원으로 이끄신다고 하였지만,
오늘 그 사고를 당한 가족의 슬픔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나는 답답한 마음으로 영성체를 영하면서 그들의 명복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