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대상포진 투병기 21.

푸른비3 2021. 6. 11. 20:45

2021. 6. 11. 금. 흐린 후 맑음.

 

오늘은 예수성심대축일이다.  코로나19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시책으로 성당도 폐쇄되었을때

성당 문이 열리면 평일 미사 열심히 다녀야지 하였는데, 그 사이 마음이 흐물흐물해졌다.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마음을 다독여 집을 나서니 상쾌한 아침 공기가 마음을 씻어 주었다.

'내가 아픈 것도 다 주님의 뜻이라고 받아 들여야지....'하면서도 치유의 은총을 구하였다.

 

딸 아라가 피아노 레슨을 마치고 수서에서 SRT를 타고 마산으로 가는 날이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거의 1년 만에 마산에 있는 오빠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아라는 조카들이 보고 싶었지만 지난 추석에도 올 설날에도 만나지 못하였다.

봄부터 아들이 제 동생을 오라고 하더니 얼마전 왕복 차비까지 보내 주었다.

 

나는 9남매의 집에서 태어나 형제 자매가 많으면 하고 싶은 공부도 마음껏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딸이든 아들이든 하나만 낳아 키우겠다고 생각하였는데,

어떤 동기로 늦은 나이에 다시 출산을 결심하였고 늦동이 딸을 낳았다.

10살 터울의 동생을 아들은 잘 돌보아 주었고 며느리도 딸과 우애가 좋았다.

 

오늘은 오래만에 시내 나들이 가기로 하였다.

대상포진이 걸리기 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인사동 나가서 그림을 보곤 하였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체코 마리오네트 전시를 한다는 정보를 보고 사전 예약을 하였다.

예약한 전시회를 보는 날이라 점심을 일찍 먹고 딸은 마산으로 나는 광화문으로 향했다.

 

'나이가 들면 생각하고 싶은대로 생각한다'고 하더니 정말 그 현상을 실감하였다.

서울역사박물관을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같은 건물이라고 의심없이 생각하였다.

검색을 하니 광화문역 7번 출구에서 하차하면 된다고 하여 7번 출구로 올라갔더니

"아니.... 엉터리 정보구나 ....반대편에 있는 건물이 아닌가?...."혼자서 중얼중얼.....

 

광화문 광장 주변은 도로공사중이라 횡단보도로 건널 수 없어 다시 지하로 내려갔다.

반대편 출구를 찾아 올라가니 저 만치 눈에 익은 박물관이 보이는 순간 "아차~!"

전화로 확인하니 전시회 장소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아니라 서울역사박물관이었다. 

왜 정확하게 확인을 하지 않고 그냥 내 짐작대로 생각하고 행동하였을까? 부끄러웠다.

 

땀을 찔찔 흘리며 반대 방향에 있는 그곳으로 찾아갔다.

<나무 인형의 비밀>이란 타이틀을 걸고 체코의 마리오네트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어느해였던가?....이곳에서 체코의 사진사가 찍은 해방전의 한국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시회와 체코의 민속춤 공연도 보았던 기억이 떠 올랐는데 그새 잊고 있었구나.

 

특별전시중인 체코의 나무 인형들은 체코 문화 형성에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하였다.

유럽에서 인형극은 16세기 후반부터 등장했고 체코어 인형극은 18세기에 등장하였다.

전시장 안에는 인형극에 사용된 다양한 인형들과 그 인형극을 조작하는 모습과

나무 인형 만드는 방법 등이 전시되어 있어 잠시 동화속의 세상을 구경할 수 있었다.

 

박물관 건너편 세화미술관에는 <솔리드 시티>를 전시하고 있어 들어가 보았다.

고대웅을 비롯하여 9팀의 작가들의 설치미술작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회화와 조각미술에만 눈에 익은 나에게는 <도시, 사람, 공간>의 타이틀을 건

작품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웠지만 현대미술이란 이런 것이구나 생각하였다.

 

인사아트플라자에서 지인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으므로 인사동으로 가야 했다.

걸어서 가기로 하였는데 길치, 방향치여서 걱정을 하며 인사동을 더듬어 갔다.

지인의 전시회를 보고 빠른 걸음으로 다른 전시장도 몇 군데 더 들려 그림을 구경하고

내과에 갔더니 선생님께서 다음 주 화요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방문하라고 하셨다. 

 

예수성심대축일 새벽미사를 마친 후의 제단.

 

서울역사박물관 입구.

 

체코의 마이오네트.

 

세화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