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대상포진 투병기 20

푸른비3 2021. 6. 11. 20:31

2021. 6. 10. 목. 흐리고 져녁부터 비.

 

똑 같은 일상의 반복 새벽에 일어나 방송들으며 일어와 영어 공부.

사실 금방 다 잊어버리니 공부라고 할 수도 없지만 이제 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면 물은 금방 다 빠져 버리지만 시루속의 콩나물은 자란다는

격언을 위안으로 삼으며 부지런히 아침에 일어나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

 

오늘은 아침 10시부터 12시 까지 복지관에서 뜨개질 수업이 있는 날이다.

지난 주 수업에서 배웠던 식빵 모양 수세미뜨기 숙제를 다 히지 못하고 갔다.

오늘은 동전 지갑뜨기 과정인데 매직 링 만들기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잘 안된다.

몇 번이나 풀고 또 뜨고....인내심을 기르기에 좋은 인생공부라는 생각을 하였다.

 

젊은 시절 집 근처의 수예점에서 뜨개질을 배워 남편의 조끼와 아이들의 목도리를 

뜨개질할때 손끝에서 조금씩 모양이 만들어지는 것이 재미있어 다른 일은 하기 싫었다.

열중하여 하였는데도 가끔 코가 빠지거나 무늬를 잘 못 넣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면

그동안 한 뼘이나 짜 올린 수고가 아까워 대충 마무리를 하지만 결국 다시 풀어야만 하였다. 

 

모티브에서 부터 시작하여 하나하나 착실하게 뜨개질을 하여야 바른 작품이 나오듯,

우리의 삶도 꾀부리거나 건너뛰거나 생략하면 제대로 된 인간이 될 수 없다는 것을

한 코 한 코 빼먹지 않고 뜨야 한다는 것을 뜨개질에서도 배운다는 생각을 하였다.

지금 노안으로 돋보기를 쓰야 하지만 사슬뜨기, 긴뜨기, 빼뜨기 등 정확하게 배워야겠다. 

 

저녁을 먹은 후 요즘 소소한 즐거움인 한강 산책을 나가려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받치고 나가니 장미 동산 한 켠에 우묵히 피어있는 토끼풀꽃이 눈에 들어 왔다.

장미처럼 화려한 모양의  꽃이 아니라 누구의 시선을 사로 잡는 꽃은 아니지만,

말없이 피어 제 할 일을 묵묵히 다하는 토기풀꽃의 향기가 오늘따라 무척 은은하였다.

 

 

 

한강공원의 토끼풀꽃

 

식빵 수세미 뜨개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