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대상포진 투병기 17

푸른비3 2021. 6. 9. 01:08

2021. 6. 7. 월. 맑음.

 

지난 밤은 잠을 설쳤다.

초저녁에 티브이를 켜놓고 잠간 졸다가 침대로 들어가 누웠는데

잠은 달아나 버리고 이런저런 생각이 연달아 떠올랐다 사라졌다.

이러다 잠을 놓치면 내일 낮에 피곤할테니 눈을 감고 누워 있었다.

 

나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뒤돌아 보면 후회스러운 일도 많고 안타까운 일도 많았었다.

천상병의 시 <귀천>처럼 나도 저 세상가면서 이 세상 소풍 행복하였노라고

말 할 수 있을까?....죽음 후의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아침에 잠깐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 짧은 잠속에서 꿈을 꾸었는데 기억은 흐릿하지만 좋은 꿈은 아닌듯 하였다.

내 몸이 많이 허약한 탓일까? 악령이 내 주변에 있는 것일까?

일어나 성호를 긋고 성수물을 찾아와 십자를 그으며 침대 주변에 뿌렸다.

 

월요일은 수채화 수업이 있는 날이라 화구를 챙겨 나루 아트로 갔다.

선생님과 화우들이 내 안부를 물으며 걱정을 하였다.

오전 10시부터 수업인데 오늘은 조금 늦게 도착하여 4시 되기 전에 일어났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통증도 느끼지 못하지만 일찍 들어가서 쉬고 싶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영양섭취를 잘 해야 빨리 낫는다고 하였는데

특별한  일을 하는게 없지만 오래 앉아 있는 것도 무리가 되는 것일까?

소고기 양념하는 것도 귀찮게 여겨져 이마트에 가서 양념된 고기를 사왔다.

2주일이면 거뜬히 나으리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오래가니 불안하였다.

 

아라가 학교 수업 마치고 돌아오면 같이 저녁을 먹으려고 하였는데

6시가 넘어도 오지 않아 카톡을 보냈더니 오늘 친구 졸업 연주회를 하는 날이란다.

아, 맞다. 그래서 오늘 아침 평소에 입지 않던 원피스를 입고 갔구나.

며칠 전 이야기 하였는데 깜박했네. 소미에게 축하한다고 전해줘.

 

아라 친구 소미는 예고시절 부터 아라와 단짝 친구인데 피아니스트가 꿈이다.

지난해 미국으로 유학가기로 하였으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가지 못하고

대신 국내에서 석사와 박사의 과정을 공부하고 이번 여름에 미국으로 갈 예정이다.

아라는 여러가지 상황으로 그 길을 포기한 것을 혹시 후회하는 것은 아닐까? 

 

혼자서 저녁을 먹으려니 마음이 약해졌는지 괜스레 우울해졌다.

잠자리에 일찍 누울까 하는 생각을 밀쳐버리고 이어폰을 꽂고 한강으로 나갔다.

여지껏 보지 못하였는데 뚝섬유원지역 근처에 코로나 선별 검사소가 생겼다.

활기차게 농구를 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니 역시 나오기를 잘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 아라의 연주회

 

이번 여름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아라 친구 소미의 연주회

 

뚝섬유원지역에 개소된 선별소.

 

뚝섬유원지역의 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