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한강공원의 복사꽃

푸른비3 2021. 4. 1. 11:22

상추쌈으로 점심먹고 봄햇살이 좋아 한강공원으로 나가 보았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최악이라 하여 며칠 나가지 않았더니,

그 사이 명자꽃, 라이락, 조팝나무꽃, 복사꽃이 한창이었다.

 

"어머나....이렇게 한꺼번에 피면 안돼....

하루씩 순서대로 피어야 천천히 마음것 즐길텐데...."

철없는 내 항의에 복사꽃은 배시시 웃고 있었다.

 

봄에 피는 꽃치고 아름답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제 나름의 모양과 색깔로 한껏 자태를 자랑하는데

그 중 나는 유난히 복사꽃을 사랑한다.

 

딸이 많았던 우리집에는 내 위로 언니가 셋 있었는데

대나무로 만든 동그란 수틀 안의 비단천에 언니가 수놓은 꽃은

바로 이 분홍 복사꽃이었기에 어린시절부터 친근하였던 꽃이었다.

 

화사한 분홍빛 비단실로 꽃잎을 수놓고 점점 엷은 꽃잎사이로

노란 꽃술이 도톰하게 올려지고 마지막으로 연두와 초록의

꽃받침을 수놓은 그 배갯잇을 보면서 나는 분홍빛 꿈을 꾸었다.

 

그런 유년의 추억이 서린 복사꽃이라 유독 내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삼국지의 도원결의, 안견의 몽유도원도, 전설속의 서왕모의 천도화.

모두 이 복사꽃을 연상시키므로 이맘때 피는 복사꽃을 더 좋아한다.

 

분홍빛 부드러운 타원형의 꽃잎, 여릿여릿한 투명한 하얀 꽃술,

노란 꽃가루의 활짝 핀 복사꽃도 아름답지만, 진분홍 입술을 살짝 다문

꽃봉오리의 그 어여쁨은 세상의 그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으랴.

 

부드러운 봄바람, 맑은 하늘, 따사로운 햇살아래 살며시 피어난

복사꽃을 바라보며 내 표현력이 모자람을 한탄하며,

내년에도 또 너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오래오래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