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유년의 친구들과 함께 한 창경궁의 봄.

푸른비3 2021. 3. 31. 01:37

2021. 3. 26. 금.

 

창덕궁의 홍매화를 감상한 후 후원의 봄꽃을 만나고 싶었으나

창덕궁의 후원은 이미 예매가 끝난 상태라 바로 곁의 창경궁으로 들어갔다.

후원입구의 작은 문을 나는 뒷문이라고 하였는데 공식적인 명칭은 함양문.

 

(해마다 봄이면 이른 시각 혼자서 고궁을 산책하길 좋아한다.

늙은 여자가 되고 나니.... 여자가 혼자서 고궁을 걸어도

아무도 관심을 안두니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어 좋다.ㅎㅎ)

 

오늘은 고향 친구들과 만나 밖에서 점심을 먹고 들어 왔더니

많은 상춘객들로 호젓하게 꽃구경을 할 수 없어 조금 아쉽다.

경춘전 뒷길 분홍빛 진달래는 그런 아쉬운 마음을 감싸주는 듯.

 

혼자 오면 이 진달래꽃 사이에 놓인 벤치에 앉아 소나무 사이로

창경궁을 내려다 보며 잠시 상상에 빠지곤 하였는데....

저 너른바위위에서 어린 공주가 손꼽장난을 하였을까?...하면서.

 

마치 내 정원이라도 되는 듯 친구들에게 신이 나서 소개를 하였다.

저 하얀 줄기의 나무는 백송이란다. 우리나라에는 귀한 하얀 소나무.

그리고 저 춘당지에는 원앙새가 헤엄치는 데 오늘은 어디로 갔을까?

 

창경궁은성종 14년 (1483년) 세조비 정희왕후, 예종비 안순왕후,

덕종비 소혜왕후 세분의 대비를 모시기 위해 창건한 궁이란다.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후 광해군때 재건된 조선의 법궁이란다.

 

춘당지에 반영된 진달래와 개나리의 빛은 유년시절을 생각나게 하였다.

봄바람이 괜스레 어린 가스나의 마음도 들썩여, 엄마 몰래 장롱에서

하늘색 스타킹과 치마를 꺼내입고 고무줄넘기를 하였던 그 어린시절.

 

너의 집 할아버지는 정말 무서웠다고, 유리문이 달린 너희집 마루는

항상 반질반질 하였다고, 우리 엄마는 아버지 한복을 다듬이질 하여

다시 바느질을 하였다고. 유년의 추억을 공유한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홍화문 앞의 옥천교로 데려 갔다.

매화.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핀 홍천교의 아름다움은 창경궁의 으뜸.

홍천교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창덕궁으로 되돌아 나왔다.

 

 

 

 

 

경춘전 뒤의 진달래.

 

춘당지의 원앙은 어디로 나들이 갔을까?

 

귀한 하얀 소나무 백송.

 

우리나라 최초의 유리 온실.

 

봄을 맞이한 가스나의 마음처럼 고운빛깔의 진달래.

 

춘당지에 반영된 나무들의 그림자.

 

옥천교 수로변의 봄꽃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다.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

아름다운 아치형의 옥천교.

 

옥천교위에서 기념사진.

 

창경궁의 소나무.

 

나오는 길에 만난 이도령과 춘향이.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을까?.....참으로 고운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