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한겨울 지나 봄 오듯

푸른비3 2021. 1. 22. 11:36

세한歲寒의 시간, 송백松柏의 마음

‘세한은 설 전후의 가장 심한 추위를 이르는 말로 인생의 시련이나 고난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전시 1부에서는 19
세기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이자 예술가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1856)
1840년 제주도로 유배가면서 겪은 세한의 시간과
<세한도>의 제작 배경을 조명합니다.
2부에서는 김정희 곁에서 소나무처럼 한결같이 힘이 되어준 벗들과
김정희 사후 그의 학문과 예술을 이어갔던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
그리고 <세한도>176년간의 여정을 마치고 국립중앙박물관에 올 수 있도록 결심한
손창근
孫昌根(92) 선생과 부친 고손세기孫世基(1903~1983) 선생의 숭고한 뜻을 알립니다.

<세한도> 기증을 기념하는 이번 특별 전시에서 세계적 문화유산인 <세한도>
그 역사적인 기증이 지닌 의미를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

o 전시품
: 김정희의 <세한도>, <불이선란도>, 허련의 <김정희 초상> 등 15점

(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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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지나 봄오듯 -歲寒圖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2021. 1. 21. 목. 오후 1 :30~3시

 

지난 11월 말에 예약하였던 김정희의 세한도 그림에 대한 전시

-한겨울 지나 봄오듯(한겨울에도 변치 않는 푸르름). 가

코로나 19의 재확산으로 잠정 휴관되어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다행히 지난 19일부터 재개관한다는 문자가 와서 늦기 전에 딸에게 부탁하였다.

(사실 나는 기계치로 몇 번을 배웠지만 여전히 인터넷 예약을 실패하였다)

 

오후에 비예보가 있어 하늘은 잿빛이었으나 다행히 포근한 날이었다.

전시장 실내의 온도는 쾌적하여 무거운 외투보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섰다.

서예를 하는 사람에게는 추사체에 대한 존경이 대단하여 많은 애호가들이

전시장을 찾아오겠지 생각하였는데 의외로 조용하여 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나는 서예에 대하여 무지하여 다양한 글씨체에 대하여 아지 못할뿐만 아니라

전시장에 가 보아도 어느 글이 잘 쓴 글인지도 분간할 수 없지만

자주 글씨를 접하다 보면 어느 정도 감이 오지 않을까 하여 기회가 닿으면

서예전시장을 찾아 가지만 여전히 눈이 뜨여지지 않아 안타깝다.

 

이번 전시는 그가 1840년대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중 그의 나이 59세,

제자 이상적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세한도를 제작하였다고 하였다.

김정희의 세한도는 워낙 유명하여 진품을 보기 전 다양한 화집에서 보았기에

머리속에 있는 그림이지만 진품을 보면 또 다른 감회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다.  

 

김정희의 세한도는 가장 높은 경지의 문인화라고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지만, 인쇄된 그림에 대한 첫 인상은 나를 갸우뚱하게 하였다.

마른 붓으로 단숨에 그린 듯한 늙은 소나무와 측백나무와 단순한 집이 전부였다.

그런데도 여백에서 찬 기운이 싸하게 풍겨지고 선비의 지조가 느껴지는 듯 하였다.

 

워낙 여러번 김정희의 세한도 보았기에 어쩌면 박물관에서 진품을 보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는데 문화재를 사랑하였던 개성 출신 실업가인 故손세기 선생님이

구입하여 보관하였던 것을 2020년 손창근 선생님이 기증하였다고 하고

진품은 이번에 전시를 통하여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된다고 하였다.

 

김정희의 제자였던 역관 이상적은 중국에서 귀한 책을 구하여 보내 주었는데,

죄인인 신분으로 유배당한 그에게 이상적의 변치않는 신의에 감동한 김정희는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송백이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논어의 구절을 그린 세한도를 제작하여 그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였다.

 

문인화는 전문적인 화공의 그림처럼 기교가 능하지는 않은 그림이지만

선비의 기상이 스며있어 더 귀한 대접을 받는 그림이라고 하였다.

추사 김정희는 "그림에는 가슴 속에 만 권의 독서량이 쌓여서 피어나는

문자향과 서권기가 흘러야 한다." 고 하였듯이 세한도에서 문자향을 느끼고 싶었다.

 

세한도를 보기 전 입구에서 유배된 김정희가 느꼈을 절망과 고독을

제주도 풍경 속에 은유적으로 녹아낸 영상을 보았기에 더욱 서늘하게 다가왔다.

마른 붓으로 짙은 먹을 찍어 쭉쭉 이은 선에서 까슬까슬한 선비의 기개가 느껴졌다.

얼어붙을 것 같은 제주의 찬 겨울바람이 가슴속을 휑하니 뚫고 지나가는 듯 하였다.

 

전시된 세한도는 두루마리로 제작되어 있었는데 그의 그림을 본 당시의 청나라의

많은 시인묵객들의 찬사가 붙어있었고 영상으로 설명도 곁들여 있어 도움이 되었다.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에 <김정희와 그의 벗> 테마전도 같이 감상할 수 있었는데

권돈인, 초의선사 같은 친구와 우정을 지킨 그림과 편지도 전시되어 있었다.

 

'설 전후 매서운 새한의 시기에도 푸르른 소나무와 측백나무와 같은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제목, 소재. 필법. 인장을 찾아,

말년에 자신이 깨달은 바를 완숙한 필묵법으로 표현하여 전하고 싶은 뜻과 정신을

그림으로 표현했기에 명작으로 평가한다'고 한 설명을 읽으며 나도 좋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