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달을 바라보며

푸른비3 2020. 9. 27. 19:40

저녁 설거지가 끝나면 이어폰과 마스크를 챙겨 집 앞 한강 공원으로 산책을 나선다.

 

어슴푸레 어둠에 젖어드는 한강공원에 들어서면 습관처럼 하늘부터 올려다본다.

 

저녁노을이 사라진 하늘에 반달이 둥실 높이 떠올라 나와 눈 맞춤을 한다.

 

며칠 전만 하여도 서쪽 하늘에 엄지손톱만한 초승달이 보였는데 점점 부풀어 오르더니

 

이제는 제법 배가 도톰하게 부풀어 오른 반달이 되었고 며칠 후면 보름달이 될 것이다.

 

 

 

이번 여름은 긴 장마와 잦은 태풍으로 참 힘들었는데 처서가 지나자 하루가 다르게

 

살갗에 닿는 공기는 까슬해지고 목덜미는 스치는 바람은 서늘하게 느껴진다.

 

새해와 함께 찾아온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속에 봄과 여름이 답답하고 우울하였는데,

 

역설적으로 대기는 투명해지고 주변의 꽃들은 예년보다 더 맑고 고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요즘의 가을 하늘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쪽빛 하늘에 흐르는 구름만 바라보아도 행복해진다.

 

 

 

내가 즐겨듣는 FM라디오에서 흐르는 모짜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의 은은하게 흐르는

 

클라리넷 선률 속에 문득 외로움이 묻어 있는듯 하여 발길을 멈추고 달을 바라보았다.

 

풍요와 결실의 계절인데 나는 이 밤길을 걸으면서 외로움이 강물처럼 밀려오는 걸까?

 

점점 밝은 빛이 짙어가는 달님이 나를 내려다보며 "사람은 누구나 다 외로운 존재야."

 

하고 위로해 주는듯 하여 깊이 숨을 들여 마시고 달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며칠 후면 민족의 대 명절 이라는 추석인데 올해는 아들에게 오지 마라 고 하였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나도 함께 동참하고 싶어, 올해는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지만 부쩍 자란 두 손자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명절 때마다 전 가족을 싣고 장거리 운전을 하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아들과

 

잠자리가 불편하지만 며칠씩이나 우리 집에 머물다 가는 며느리가 참 고맙다.

 

 

 

어린 시절에는 손꼽아 기다렸던 명절이 내가 어른이 되고 난 후에는 귀찮게 여겨졌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갈수록 명절이 평범한 일상생활의 매듭을 지을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온 가족이 다 모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생각이 들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추석에는 음식 솜씨가 좋은 며느리가 오지 않으니 음식도 간단하게 할 생각이다.

 

창으로 보이는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다 집 앞 한강공원에 나가 둥근달을 맞이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