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2019년 새해맞이 기도

푸른비3 2019. 1. 2. 09:08

2019. 1. 1. 화.


아라와 함께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서로 부둥켜 안고

"Happy New Year~!" 축하의 인사를 하였다.


새벽 일찍 집을 나서니 차가운 바람에 정신이 투명해진다.

새해의 첫날이면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다.

새해 첫날 딸과 함께 미사를 참례하게 되어 감사하다.

추운 날씨탓인지 골목에는 인기척도 없고 캄캄하다.


입당성가를 시작으로 미사가 시작되는데 웬일인지

입당성가도 없이 곧 바로 미사를 집전하여 오르간을 보니

반주자가 보이지 않아 딸에게 부탁하니 금방 고개를

끄덕이는 딸 아라가 너무나 고맙고 대견하다.


딸 아라가 반주를 맡으니 미사전례가 더욱 은총스럽다.

아침 잠이 많은 아라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나의 부탁으로 새벽미사 반주 봉사를 해오고 있는데

집으로 돌아와 곧장 이불속으로 들어가 토막난 잠을 잇는다.


다시 잠자리에 드는 아라에게 해맞이 가자고 권유하였지만

혼자 가라면서 침대속으로 들어가 버렸지만 그래도 대견하고 고맙다.

한강공원에 들어서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해맞이를 기다린다.

눈길 마주치는 사람에게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인사를 건넨다.


동쪽 하늘은 장미빛으로 불그레 물들었지만 검은 구름이 깔려 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구름이 걷히기를 빌었지만 점점 더 짙어진다.

동쪽으로 몰리는 조각 구름들이 마치 밀레의 그림 <만종>을 연상시킨다.

명화속의 부부처럼 나도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아 소망을 빌었다.


올 해의 나의 소망은 매년과 같이 가정의 평화와 가족의 건강이다.

그 위에 얼마전 읽었던 책의 영향으로 올 해는 가족의 범위에서 벗어나

조금이나마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은데

그게 생각처럼 싶지는 않겠지만 마음가짐이라도 가져보고 싶다.


해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강가에는 지난 여름의 잔해인 듯 빈배만 흔들린다.

가장자리에 살얼음이 살짝 얼은 물속으로 자맥질하는 오리가족들.

오리들은 춥지 않을까?....생각하며 나도 집으로 들어왔다.


동쪽 하늘은 붉은 기운이 가득하였지만 검은 구름이 덮혀 있어 맑은 해는 좀처럼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구름이 넓게 퍼져 있는 모습은 마치 밀레의 <만종> 명화속의 하늘을 연상 시킨다.

그림속의 부부처럼 나도 손을 모두어 엄숙한 마음으로 해맞이를 하였다.


해맞이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르는 듯 구름은 점점 더 짙어졌다.


영하의 날씨에 금방 손가락은 시려오고.


물위의 헤엄치는 오리는 춥지 않을까?


검은 구름사이로 눈부신 빛내림을 바라보며 소망을 빌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