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35일 여행. 115-멕시코 칸쿤
2016.12.4. 일
아바나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이제 다시 인터넷이 되는 문명 세계로 돌아간다는
기쁨에서인지 새벽 일찍 눈을 뜨고 다시 잠을 청하려고 하였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그동안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으니 한국의 정치 상황은 어떤지 알 수도 없었다.
서울 광화문에는 여전히 어제도 토요 촛불집회가 열렸다는 소식만 들었다.
화장실 물도 제대로 안나오고 창도 제대로 열리지 않는 방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
샤워를 하고 어제밤 널어 놓았으나 여전히 축축한 타올로 몸을 닦으니 지겨웠다.
이제 세계적인 휴양도시인 칸쿤으로 가서 이틀을 머물고 서울로 가는 일정인데,
그냥 칸쿤이고 뭐고 비행기표만 있으면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시 비행기로 칸쿤으로 가야 하므로 아침 일찍 짐을 꾸려 로비에 맡기고
식당으로 올라가니 아직 10분 전이라 7시가 되길 문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택시로 호세 마르티 공항으로 향하였다.
카스트로의 장례식이 있는 날이므로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공항가는 길에 철길 건널목을 지나게 되었는데 때마침 긴 화물열차가 지나갔다.
건널목에서 기다리니 화물열차는 느릿느릿 건널목을 통과하여 불안하였다.
다행히 건널목을 지난 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공항에 도착하였으나
아무런 설명도 없이 칸쿤으로 가는 비행기는 2시간이나 연기되었다.
드디어 출국 심사를 마치고 검색대를 통과하니 안도의 한 숨이 나왔다.
남은 돈으로 선물을 사고 게이트 앞으로 가니 또 게이트 번화가 바뀌었다.
하염없이 기다린 후 드디어 1시, 쿠바의 땅을 벗어나 하늘로 올랐다.
칸쿤까지의 비행시간은 겨우 1시간으로 2시에 칸쿤의 공항에 도착하였다.
지난번 쿠바로 들어가기 전 한 번 왔던 곳이라 조금 눈에 익은 도시였다.
해변을 끼고 달리는 도로에는 세계적인 브랜드의 호텔이 즐비하였다.
달리는 창밖으로 낯익은 호텔과 명품 상점들을 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본과 문명의 때가 덕지덕지 않은 나를 발견하였다.
그동안 여행으로 지친 심신을 이곳 칸쿤에서 휴식을 취할 생각으로
인솔자는 해변의 멋진 리조트를 예약하여, 넓직한 룸으로 들어오니
바로 눈앞에 하얀 모래 해변과 카리브해의 파란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창에 서서 내려다 보니 멀리서 하얀 거품을 문 파도가 밀려 들어왔다.
칸쿤의 우리가 묵은 리조트형 호텔.
호텔앞의 길게 이어진 백사장.
호텔에 투숙한 손님은 모든 시설을 무료로 이용 가능하였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밀려오는 파도.
넓은 바다위로 펼쳐진 막은 하늘.
밀려오는 거품이 하얀 레이스 자락같았다.
해변의 아이들.
바람이 심하여 스카프로 돛을 만들어 보았다.
다시는 이 해변에 설 기회가 없겠지?
끝없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앞에서.
너무나 부드러운 모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