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함안군 원효암

푸른비3 2008. 2. 29. 20:42

지난 일요일,

점심을 먹고 남편과 둘이서 집을 나섰다.

 

가고 싶은 거제 망산 가는 날인데,

못가서 가슴앓이만 하고....

 

내가 산악회 말만 꺼내어도

과민반응을 보이므로

내 속만 태우고....

 

왜 나는 독립된 한 인격체인데

가고 싶은 곳 마음대로 갈 수 없을까?

 

기분대로라면 남편이 삐치든 말든

그냥 훌쩍 떠나버릴텐데

그러면 또 며칠동안이나

말도 안하는 그 꼴을 보는 것도 이제 지겨워~!

그냥 내가 안가고 말지....

 

그래도 마음속 응어리는 지워지지 않는다.

남편을 따라 나서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잠옷바람으로 종일 뒹구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는

집을 나서 바깥바람 씌우는 게

나을 듯 하지만 마음은 각각이다.

 

부부 일심동체가 아니라

부부 이심각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막상 집을 나섰지만

어느새 오후 3시.

어디 먼거리는 갈 수없을 것 같아

근처의 의상대라고 알려진 원효암을 찾아 나섰다.

 

원효암은 함안군 군북면에 위치한 조그만 암자로

신라 시대의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수도한 곳이라고

전해지지만 정확한 물증은 없고

그 이름에서 추정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친정이 함안군이어서

어린 시절부터 의상대절 이름을 많이 듣긴 하였지만

한번도 찾아가 본 적은 없었다.

 

엄마나 언니가 그 곳에

나들이 하였던 절이라고만 들었을뿐

언젠가 나도 한번 찾아가 보아야지....

하면서도 여지껏 가 보지 못했다.

 

가까이 있으면 누구나가 소홀해지는 모양이다.

아직  방어산 마애불도 가 보지 못했으니....

 

표지판을 보고 찾아가는데

좁다란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

끝없이 산으로 연결되어 있다.

 

남편은 슬슬 짜증이 나는 모양이다.

도대체 어디까지 올라가는거야? 툴툴댄다.

마눌 마음 맞춰 주려고 왔으면

산길이 조금 힘들어도 입다물고 가면 안되나....

 

드디어 넓은 주차장이 나타나고

그곳에 차를 주차시키고 산빛이

점점 어우워지는 길을 돌아 올랐다.

해발 몇 미터에 절이 위치에 있는지 모르겠으니

기온은 아래와 확연히 달라 몹시 추웠다.

 

그 옛날에는 그 깊은 골을 모두 걸어다녔으리라.

그 때의 신심은 얼마나 깊었을까?

한걸음 한걸을 발을 옮길때마다

부처님의 공덕을 찬양하였을테고

부처님의 자비를 빌지 않았을까?

 

그런 길을 요즘은 이렇게 한걸음에 휘익

스치듯 지나쳐 오를 수 있게 되니

자연 신암심도 옅을수 밖에....

 

생각보다 작은 규모였지만

높다란 의상대에 위치한 모습은

날아갈듯 날렵하고

아래를 바라보는 조망감이 있어 좋았다.

 

 넓은 터에 차를 주차시키고 걸어서 올랐다.

 

 높은 곳에 위치한 원효암이지만 방문객의 발길은 이어지고 있는 듯.

 

 손이 시리울 정도로 추웠는데 그래도 양지는 따뜻해.

 

 입구에 있어 절에 딸린 요사체인가 하고 다가갔더니 해우소.

 

아래로 내려다 본 전경.

 

 마눌 기분맞춰 주려고 마지못해 따라 나선 내 남편의 뒷모습.

 

 원효암 입구에 커다란 은행 나무가 이 절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

이 은행잎이 아름다울때 다시 찾아보고 싶은데....

 대웅전.

 

안내판.

 

의상대 아래의 스님이 기거하는 곳인가?

 

서산으로 기운 햇빛이 비치는 곳은 퍽 따듯해 보였는데.

 

잎을 다 떨군 저 나무들은 추운 겨울 꿋꿋이 잘도 이겨낸듯. 

 

 

 

 대웅전안의 탱화들.

 

 죽은 영들을 모신 곳인가?

 

 대웅전 위의 칠성각.

 

 으싱대 오르는 난간을 좀더 운치있게 했으면....

 

이 넓고 편편한 곳에서 그 옛날 의상대사가 아래를 굽어 보셨을까?

 

헐벗은 겨울 나무들도 속으로는 이제 봄을 준비하고 있겠지?

 

 의상대에서 내려다 본 칠성각과 대웅전.

 

 

 

 의상대. 주변이 정돈되지 않아 마음 아팠다.

 

 

 

 

 

 의상대에서 바라본 아래의 풍진세상.

 

 공덕비인가?

 

 아래에서는 볼 수 없는 눈이 지난해 피엇다 진 국화곁에 남아있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마중.  (0) 2008.03.13
봄의 길목에서....  (0) 2008.03.10
성주사의 찻집  (0) 2008.02.24
부산 광안 대교가 보이는 파레스 레스토랑에서  (0) 2008.02.24
2008년 설날  (0) 2008.02.24